[글로벌 아이] 천안문 데자뷔
“우리(중국)는 국제사회와 각계 인사가 각종 방식으로 중국에 와서 2022년 베이징 겨울 올림픽을 참가·지지하는 것을 환영한다. ‘더욱 단결하자’는 올림픽 정신을 각 나라와 함께 이행하고, 검소하고 안전하며 다채로운 올림픽 축제를 세계에 보여주고, 동시에 상호 우호와 협력을 촉진하기를 바란다.” 지난 21일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답변이다. 전형적인 외교 레토릭이다. ‘각종 방식’은 화상인가 물리적 참석인가. 환영의 대상은 참가인가 지지인가. ‘더욱 단결하자’는 주어인 ‘각국’은 어느 나라를 말하나. ‘상호 우호와 협력 촉진’은 한국과 중국을 말하나. 그렇다면 북한은? 자오 대변인은 모든 것을 이야기하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외교 말 잔치다. 질문은 블룸버그 특파원이 했다. “중국이 이미 문재인 대통령의 베이징 겨울 올림픽 참가를 초청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 입장은?”이었다. 이날 닛케이 베이징 특파원은 한중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문 대통령에게 올림픽 초대장을 보냈으며, 20일까지 한국이 회답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신중론의 이유로 한국의 나빠진 대중국 감정, 시진핑(習近平·68) 중국 국가주석의 답방 없이 문 대통령만 이미 세 차례 중국을 방문한 점을 꼽았다. 개막식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을 표명했다. 중국이 중앙아시아와 동유럽 정상들에게도 초대장을 보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한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시진핑 주석,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만남이 전에도 있었다. 2015년 9월 3일 항일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같은 조합이 베이징 천안문 망루에 섰다. 당시에도 한·중·러를 비롯해 중앙아시아와 동유럽 등 30개국 정상급이 함께했다. 내년 2월 올림픽 개막식도 비슷한 구도가 예상된다.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도 중국과 친구들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여서다. 내년 냐오차오(鳥巢)에서 한국 대통령이 ‘평창 어게인’을 펼치느냐 여부는 오롯이 주권을 위임받은 통치권자의 통치행위일 수 있다. 대신 이후에 펼쳐질 ‘천안문 데자뷔’는 보지 않았으면 한다. 당시 한국 대통령은 귀국 전용기에서 “앞으로 평화 통일을 위해 중국과 협력해 나가기로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야기가 됐다”고 했다. 당시 천안문 초청장에는 종전 선언이 아니라 통일이 담겨 있었다. 미국 외교관들은 구소련과 협상에서 “같은 말(馬)을 두 번 사지 말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참고할만한 격언이다. 신경진 / 한국 중앙일보 베이징총국장글로벌 아이 천안문 베이징 천안문 한국 대통령 대통령 주석